기록_개인적인

나만의 리추얼을 찾아서(부제: 프리랜서 2년차의 생활 루틴)

thisisyoung 2021. 4. 27. 18: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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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누군가에게 보여주기 위함보다 그냥 내가 생각을 정리하기 위해 기록하는 용도입니다.

훗날 여유가 생겼을 때 다시 정리할 수도 있습니다만 일단 지금은 의식의 흐름대로 작성할 예정입니다.

프리랜서 2년 차의 생활 루틴이라는 부제를 달긴 했으나, 완성된 루틴이 아니기에 도움을 얻으러 들어온 분이 있다면 죄송하단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이 글은 루틴을 찾아 헤매는 프리랜서 병아리 1의 기록입니다.

 

 


어느덧 프리랜서 2년차가 되었다.

처음엔 염려하던 가족, 친구들도 지금은 믿고 지켜봐 주는 느낌이다.

내가 속한 업계의 외주 페이가 워낙 적기도 하고, 노동의 강도는 결코 약하지 않으니까.

구 회사의 상사는 언젠가 회사로 돌아올 거라 생각했고, 친구들 역시 그랬다. 이직할지도 모른다고. 그도 그럴 것이 회사에서 찾는 연차가 되었으니까. 

(그렇게 이직하고 싶을 때는 기회가 오지 않더니, 업은 좋지만 업계가 싫어 회사를 떠날 때가 되니 이직이 비교적 쉬워졌다. 인생 참 아이러니. 허허)

 

아무튼, 각설하고,

그럼에도 나는 잘 적응했고

내 생각보다도 더 이 생활이 잘 맞았다.

돈보다 시간이나 마음의 여유를 중요하게 여기는 가치관 때문이기도 하고. 외향형처럼 보이지만 사실 내향형 인간이기도 하니까.

게다가 아직까지 일이 끊긴 적이 없다. 감사한 일이다. 정말.

 

그렇지만 여전히 아직도 나만의 방식을 찾지 못했다.

'꼭 그런 걸 찾아야 해? 대충 그때그때 하면 안돼?' 하고 물을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나는 쫓기듯 일하는 게 싫다. 내 스케줄을 내가 관리할 수 있기 때문에(100%는 아니더라도) 프리랜서의 삶을 택한 건데, 시간과 에너지를 관리하지 못해서 막판에 달리는 작업 방식이라면 이 무슨 소용인가. 내게 잘 맞는 방식을 찾아서 효율적으로 일하고 싶다. 

회사를 다니지 않아도 매일매일 성실히 일하는 작가들처럼, 혹은 자기만의 독특한 방식으로 일을 하는 프리랜서들처럼.

 

<리추얼>이라는 책을 꾸준히 읽고 있는데, 나도 나만의 리추얼을 찾고 싶도다.

의식하지 않고 자연스럽게 해내는 루틴. 그 루틴이 습관화되면 얼마나 안정적일까, 하는 생각을 한다. (엠비티아이를 맹신하는 것은 아니지만, 아무튼 MBTI 검사할 때마다 J 만점 나오는 1인... J가 만점이면 그만큼 잘 지키면 좋겠는데 추구만 하는 게 또 아이러니)

 

그래서 많은 시도를 해봤고, 하고 있다. (현재진행형)

초반에는 10시 출근 5시 퇴근으로 회사 다닐 때보다 2시간 적게 일하자, 정도로 목표를 잡았다.

하지만 실패. 컴퓨터 앞에 앉아 시간만 흘려보내고 있을 때가 많았던 거다. 이건 아니다 싶어서(회사를 다닐 때는 그나마 괜찮다. 꾸역꾸역 앉아 있기만 해도 그 시간에 대한 돈을 주니까. 하지만 프리랜서는 들인 시간이 아니라 결과물로 돈을 받는걸), 새로운 방법을 찾아 헤맸다.

 

다음으로 찾은 건 study with me 스터디윗미 라 불리는 유튜브 영상들.

우연히 추천 영상으로 떠서 보게 되었는데, 그날은 진짜 큰 도움을 받았다.

대부분 열공하는 대학생이나 공시생인데 그들의 시간표에 따라서 집중하고 쉬는 거다. 

그들이 공부하는 시간의 반 정도만 일했고, 마감이 다가올 때는 그들과 함께 10교시씩 일했다. 

한동안 도움을 꽤 많이 받았는데, 문제는 마감까지 여유가 있을 때는 그렇게 하기가 힘들다는 것.

마감을 앞두고 빡세게 일하고, 마감이 끝나면 한없이 늘어지는 패턴이 반복되었다.

(마감이 끝났다고 일이 없는 게 아니다. 끝난 뒤에 늘어지면 그만큼 다른 마감 직전에 개고생을 해야 한다.)

 

이래서는 안 되겠다 싶어서 정보의 바다를 헤매다가 김명남 번역가님의 KMN 작업법을 접했다.

정각에 시작해서 40분 일하고 20분 쉬는 방식으로, 한 사이클을 1KMN이라 잡고 그날그날 몇 KMN할지 정해서 집중하는 것.

40분 동안은 일에만 집중하고 아무것도 하지 않는다. 전화도, 메일도, SNS도, 인터넷 기사도 보지 않는다.

자꾸 딴생각이 들면 노트 귀퉁이에 적어둔다. 20분 쉬는 시간에 뭐 찾기, 뭐 하기, 뭐 알아보기 등등.

그리고 20분 동안 쉰다. 10분 15분은 너무 짧고, 30분은 너무 기니까.

완전 아름다운(?) 방식이다! 사실 이 작업법에 나는 반하고 말았다. 

그래서 나름대로 열심히 시도했는데, 어느 순간 흐지부지되었다. 내가 40분 집중도 힘든 사람이었음.... 

 

그렇게 40분 집중도 못하는 자신에게 실망하다가 이번에는 뽀모도로 학습법을 시도해보았다.

25분 집중하고 5분 쉬는 방식. (KMN 작업법도 뽀모도로의 일종이 아닐까 싶다)

집중하는 건 어렵지만 할 만한데, 5분 쉬는 시간이 너무 짧다. 물론 3~4타임에 한 번씩은 긴 휴식(15분)을 취하지만, 그것도 너무 짧다.

잠깐 쉬어야지 하고 화장실만 갔다 와도 10분이 지남. ㅠㅠ

그렇지만 지금은 일단 뽀모도로 작업법을 쓰고 있다. 조금 느슨한 뽀모도로. 허허허.

 

그리고 또 기억나는 시도로는, 열품타 가입하기.

열품타는 열정 품은 타이머의 줄임말인데, 여기 들어가면 온라인 도서관처럼 공부하는 사람들이 많이 있다.

그룹에 속하게 되면 같은 그룹 사람들이 공부 중인지, 휴식 중인지, 긴 휴식 중인지, 아니면 딴짓 중인지 표시가 나온다. 

각각 오늘 몇 시간 공부했는지도. 그리고 정해진 시간을 채우지 못하면 그룹에서 강퇴당한다.

그래서 프리랜서들이 모여서 하는 열품타도 있었다. 스터디윗미보다 더 실감이 나서 한동안 열심히 했는데, 대부분 고시생이라서 그룹들의 기준이 좀 버겁고. 무엇보다 이것 역시 마감이 닥치기 전에는 잘 활용하기 힘들어서 결국 삭제.

 

몇 달 정도 KMN작업법을 적용했을 때는 나름의 휴가 기준도 있었다.

하루에 8KMN하는 게 목표지만, 채우지 못했을 경우 주말에 보충했고.

하루에 12KMN 이상 했을 경우 초과근무로 쳐서 휴가를 줬다.

그렇게 생기는 휴가 외에 월 1회의 휴가(월차)가 있었고.

사실 프리랜서라서 이런 게 굳이 없어도 되지만, 나는 규칙적인 삶을 추구하는 사람이기 때문에.ㅋㅋ 어떤 틀이 있을 때 더 자유로움을 느낀다. 그래서 굳이 아무도 시키지 않은 휴가 제도를 만들고, 야근 방지 제도를 만들고, 열심히 지켰었음.

 

그러나 위에서도 말했듯이 40분 집중 자체를 못하게 되어서... 지금은 흐지부지된 상태다.

 

 

그리고 또 하나의 문제(?)가 있다.

내 일은 프로젝트 단위로 이루어지기 때문에, 그때그때 집중 강도가 다르다. 즉 매번 같은 강도로 집중하게 되지 않는다.

하나의 프로젝트는 대개 1~2개월 사이에 끝나고, 한 프로젝트 안에 검토, 1차 마감, 2차 마감, 3차 마감이 있다. 그 후에 추가 업무가 있을 때도 있고 없을 때도 있고.

회사에 있을 때도 거의 같은 일을 했지만, 그때는 마감 이후 시간은 기획 시간으로 활용했고 멍 때리며 앉아 있기만 해도 어쨌든 월급이 나왔고.

(물론 집중해서 일해야 할 때 자꾸 끊겨서 싫기도 했지만)

 

지금은 집중해야 할 때 집중하고 최대의 에너지를 발휘할 수 있지만, 미리미리 조금씩 해두는 게 어렵다. 

여유 있을 때는 당장 돈 들어오는 일 외에 장기적으로 도움이 될 일(자기계발 같은)을 하고 싶은데, 막상 시간이 나면 퍼져서 누워만 있기 일쑤.

그러다 다시 발등에 불 떨어지면 무리하고. (그나마도 올해 들어서는 많이 좋아졌다. 건강도 챙겨야 해서 무리하지 않기 위해 애쓰고 있다. 덕분에 올해는 한 번도 밤새지 않았다! 칭찬!!!)

 

몇 주 전부터 새롭게 시도하고 있는 방식은 '분산형 시간관리법'.

직장인들과 비슷한 방식으로(그러나 그보다 좀 더 짧게) 일하고 싶었지만, 프리랜서의 장점은 평일 낮의 여유라는 걸 깨닫고 새롭게 시도하는 방법이다.

하루를 보내는 동안 내 에너지 레벨이 어떻게 다른지 적어보고, 그에 맞게 일하는 시간과 노는 시간을 나누었다.

나를 보니 이른 오전엔 집중이 좀 안 되고, 10시쯤부터 집중이 잘 되어서 점심시간을 넘겨 일할 때가 많더라.

점심 먹고 오면 네다섯 시까지 늘어지고, 그러다가 또 집중해서 저녁을 늦게 먹게 되는 내 모습을 발견. 

그래서, 오전에 일하고 낮에 놀고 저녁에 일하는 방식으로 일하고 있다.

 

최근의 생활 루틴은 다음과 같다.

 

   7:30 기상
~10:00 모닝루틴[묵상, 일기쓰기, 책읽기(20분), 스트레칭(20분)], 출근 준비
~12:30 일 1교시(4뽀모+30분 휴식)
~4:00 점심 및 휴식(산책, 자전거타기, 예능 보기, 관공서 업무 보기, 낮잠자기, 글쓰기 등 하고 싶은 걸 한다)
~6:30 일 2교시(4뽀모)
~9:00 저녁시간
~10:30 일 3교시(3뽀모)
~12:00 쉼, 취침 준비 

 

오전오후 내내 집중해서 일하는 것보다는 훨씬 집중이 잘 된다(고 생각하지만 언제 또 바뀔지 모름. 처음 KMN 작업법도 엄청 좋았는데 지금 결국 못 지키는 걸 보면 ㅠ).

모닝루틴은 몸과 마음의 건강을 위해 되도록 지키려고 하는 1순위 루틴이다. 일찍부터 일을 하지는 않지만 나는 밤보다는 오전에 활동하는 걸 좋아하니까. 그렇지만, 늦잠 자면 책이랑 스트레칭은 건너뛴다. 

그런데 너무 늦잠을 심하게 자서 모닝루틴 중 아무것도 못하게 될 경우에는 ver.2(일명 '아직 늦지 않았다' 버전)을 적용한다.

~11:00 자유시간
~2:00 모닝루틴 및 점심식사
~4:30 일 1교시(4뽀모+30분 휴식)
(이후로는 같음)

 

 

이렇게 하기 위해서는 중요한 조건이 있다. 주중 집안일을 최소로 하는 것.

두 가지 버전을 만들어두었더니 늦잠 잤을 때 느끼는 자괴감이 덜하고 오전에 피곤할 때도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다.

마감 직전이 아닌 이상 주말에는 일하지 않는다.

그렇기 때문에 주말에 할 수 있는 한 모든 집안일을 한다.

일주일치 밥을 해놓고, 빨래도 주말에 두 번하고, 장도 주말에 보면서 일주일 식단도 짜둔다. (뭐 먹을지 고민하는 데 오래 걸리는 타입)

설거지는 하루 한 번, 식기세척기의 도움을 받는다. 청소기는 이틀에 한 번만 오전에 후다닥 한다.

 

지금 방식이 아직까지는 매우 마음에 드는데, 아직 한 달도 안 되었기 때문에 지금의 루틴이 얼마나 갈지는 모르겠다.

오늘 새로운 문제를 발견했다.

 

루틴이 루틴으로 자리 잡지 못하고, 루틴이 리추얼의 단계까지 가지 못해서일까.

일하는 시간에 뽀모도로 시간표를 켜고 싶지가 않다.

일하는 시간이라 책상 앞까지는 왔는데, 문서를 쳐다보기도 싫다. 일이 하기 싫을 때는 어떻게 해야 할까.

흑흑

 

그래서 '프리랜서 일하기 싫을 때'라고 검색했다가(ㅋㅋ) 퍼블리에서 김하나, 황선우 작가가 연재하는 '여자 둘이 일하고 있습니다' 시리즈 1탄과 2탄을 읽었다.

2탄은 나만의 리듬 만들기가 주제였는데, 공감이 많이 되었다. (아직 어떻게 해야 할지는 모르겠다)

나는 여전히 나만의 리듬을 찾아가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오늘은 일하기가 너무 싫어서 집중해야 할 중요 업무를 뒤로 미룬 채 자질구레한 일들을 처리하고, 글을 찾아 읽었다.

내일은 힘을 내야지. 어쨌거나 맡은 일을 잘 완수하려면 집중해야 하니까. 파이팅파이팅.


나만의 생활 루틴은 매번 조금씩 달라지지만, 그중에서도 꾸준히 유지하고 있으며 앞으로도 지키고 싶은 루틴은 뭐가 있나?

 

1. 주 4회 이상 간단한 운동(실내자전거 타기, 폼롤러 스트레칭하기, 유튜브 보며 짧은 스트레칭이나 요가 하기) - 챌린저스의 도움을 많이 받는다.

2. 일기쓰기(생각 정리하고 마음 잡는 데 아주 큰 도움이 된다. 나에게는 밤보다 아침이 더 잘 맞는다)

3. 식사시간은 여유롭게(1시간은 짧다. 최소 1시간 30분으로)

4. 하루를 끝낼 때 다음 날 해야 할 일 미리 정리해두기

5. 집에만 있어도 옷 갈아입고, 씻기(★★★★★ 재택근무자는 업무 공간과 휴식 공간이 같으니까, 내가 출근했음을 스스로 인지할 수 있는 어떤 장치 같은 거다.)

6. 식사 시간과 휴식 시간에는 책상 앞을 벗어나기(밥은 식탁에서 먹고, 휴식 시간에 늘어질 때는 안락의자에 눕듯이 기대앉아 있는다. 이것도 최소한의 장치랄까.)

 


오늘은 집중이 되지 않아서 내 맘대로 그냥 쉬었다.

대신 글도 읽고, 생각 정리하는 글도 썼다. 쉬는 시간 잘 보낸 것 같다.왠지 힘이 난다. 내일은 다시 잘 해낼 수 있을 거다.

 

이만 마무리해야겠다.

내일부터 할 일을 정리해두고 이제 저녁 먹으러 갑니다.

파이팅파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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