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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 한 끼 비덩주의, 불완전한 채식주의자가 되자(feat.챌린저스)

thisisyoung 2021. 6. 14. 08: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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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직장에서 만났던 친구는, 여러모로 멋있는 사람이었다.
그 친구의 컬러링은 옥상달빛의 <염소 4만원>. "하루에 커피 한잔 줄이면 한 달에 염소가 네 마리~"
우리 회사는 대중교통 없는 외진 장소에 있었다. 그래서 너도 나도 운전을 배웠는데, 친구는 운전을 하지 않는다고 했다. 지구를 위해서 할 수 있는 일을 고민하다가 평생 차를 사지 않겠다고 결심했단다.
그리고 그 친구는 어느 날 환경 관련 교육을 듣고, 채식주의자가 되었다.
작은 존재를 위해 자발적으로 불편을 택하는 사람. 사람과 자연 모두에게 다정하고 따뜻한 이.
친구가 정말 존경스러웠지만, 나는 고기를 너무 사랑하는 자칭 육식주의자였다. 당시에는 샐러드조차 풀 맛이 난다며 먹지 않을 때라 멋지다고 생각만 했다. ('나는 고기를 포기할 수 없으니, 그 교육 절대 듣지 말아야지' 하는 결심도 했었다. ;;;)

 


10년이 흘렀다.
그동안 내 주변에는 채식을 실천하는 이들이 많아졌다. 동물권을 위해, 환경을 위해, 건강을 위해 이유는 다양했다.
비건 관련 책도 많이 나왔고, 완전한 베지테리언은 아니더라도 비건식을 추구하며 살 수 있다는 이야기도 많이 들었다. <일간 이슬아>를 구독하며 채식을 고민하기도 했다. 그렇지만 육류를 포기하고 싶지 않아서 은근슬쩍 외면해왔다. 환경을 위해 다른 노력은 하겠지만, 고기만큼은 포기할 수 없다고. 그러니 그저 '자유방목', '무항생제' 등 최대한 친환경적으로 인도적으로 기른 육류를 섭취하겠다고. 그게 내 타협점이었다.

그런데 오늘, 미루고 미루어왔던 결심을 하고 행동에 옮기게 되었다.
교회에서 온라인 예배를 드리는데, 이번 주 주제는 환경의 달. 망가져가는 생태계를 바라보며 우리의 책임은 무엇인지, 우리는 무엇을 해야 하는지 이야기했다. 태만했던 우리의 태도를 회개하고("회개는 아임쏘리~ 말하고 넘어가는 게 아니라 실제 태도와 습관을 바꾸는 것"), 일상에서 할 수 있는 실천부터 시작하자고. 그러면서 설교자가 제시한 건 식생활의 변화다. (가장 피해왔던 그 주제ㅠㅠ)

식생활만 바꿔도 온실가스의 상당 부분을 줄일 수 있다고. 일주일에 하루만 고기를 먹지 않아도 온실가스의 1/25를 줄일 수 있다고 한다. 이는 자동차 450만 대를 멈추는 효과와 같단다.

* 닭고기(75g) 주1회 1년 = 승용차 438km 주행
* 돼지고기(75g) 주1회 1년 = 승용차 577km 주행
* 소고기(75g) 주1회 1년 = 승용차 2,482km 주행

(영국 옥스퍼드대와 BBC 방송이 공동 개발한 '기후변화 식품 계산기' 참고)


올해 유난히 지구와 생태계에 관심을 갖게 된다(이것도 다 운명이라 생각하는 1인).
그래서일까, 오늘은 피할 수가 없었다. 그렇게 결국 결심하고 만 것이다. 생각에 그치지 않도록 메모장에도 적었다.
'고기를 줄이자! '고기 없는 월요일'이나 하루 한 끼라도 '비덩주의'를 실천해보자!'



뭐라도 해야겠다는 결심을 하자마자 이 챌린지가 떠올랐다. 챌린저스에는 생태계를 지키기 위한 몇 가지 챌린지가 있는데 그중 하나가 <하루 한 끼 비덩주의 식사하기>다. 텀블러나 천연수세미 쓰기, 플라스틱 빨대 사용 자제 등은 쉽게 할 수 있겠는데 이건 식단에 손을 대는 거라 내 일이 아니라고 생각했건만...


망가져가는 지구를 두고보기만 할 수는 없고, 내가 고기를 덜 먹는 일이 생태계에 도움이 된다면 뭐라도 해야 하지 않을까.  "완전한 비건 한 명이 느는 것보다 불완전한 비건 여러 명이 느는 것이 낫다"는 말에 용기를 얻는다.
내 삶에는 이미 수많은 모순이 존재하니, 조금 모순적이어도 할 수 없다. 완전하지 않아도 괜찮다. 모순적이어도 괜찮다. 완벽한 육식주의자로 살기보다는 모순적인 채식주의자, 채식 지향 주의자로 사는 것이 낫다.
그저 할 수 있는 만큼만, 조금이라도 해보고 싶다.

아무튼 그래서, 내일부터 2주간 평일에는 하루 한 끼 비덩주의 식사를 한다.
뭘 먹을지 식단을 짜고 있는데, 은근히 쉽지 않다. (정말 거의 매 끼니 덩어리 고기를 먹어왔구나..;;)
2주의 실천 후에 후기를 남겨보도록 하겠다. 파이팅!


덧, 물론 나는 여전히 고기를 좋아한다. 아마 앞으로도 좋아할 것 같다.
하지만 조금이라도 줄여보겠다는 것. 매일 먹다가 주1회만 안 먹어도 보탬이 되겠지 하는 마음이다. 작은 실천이 모여 큰 변화를 만드니까. 뭐라도 해보자는 마음. 편하게 시작해봅니다.


*결심에 도움을 준 기사들
https://ppss.kr/archives/227745
https://m.post.naver.com/viewer/postView.nhn?volumeNo=14806678&memberNo=3841928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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