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록_개인적인/병원 일기

병원 일기 3

thisisyoung 2020. 12. 10. 22: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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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월 24일 화요일.

 

피검사 후 MRI 찍음.

피검사는 하도 자주 해서 이제 익숙해질 지경;;

MRI는 폐쇄공포증 있는지 물어보고, 혹시 검사하는 동안 듣고 싶은 음악 있냐고 물어보고. (이때 말했어야 했다. 아무거나 틀어달라고 했다가, 검사하는 내내 후회함ㅋㅋㅋㅋ 분명 느리고 잔잔한 곡 틀어주신다더니 왜 이렇게 90년대 신파발라드가..!)

MRI가 무서웠다고 해야 하나 힘들었다고 해야 하나. 

혈관에 또 바늘 꽂고, (조영제를 흘려 보내야 한다고 했던가? 식염수라고 했나? 기억이 잘 안난다; 아무튼 그래서 바늘 꽂고 들어감)

거기 기계가 국내 최신식이라(병원이 1년밖에 안 되어서 모든 게 가장 신식이라고 함) 그나마 통이 넓은 편이라고 했다. 그렇지만 답답할 수 있다고.

기계 소리가 너어어무우 커서 좀 무서웠다. 설명을 자세히 해주셔서 안심하고 들어갔지만, 설명 잘 안 해주는 병원이었으면 정말 무서웠을 뻔했고.

혹시라도 다음에 또 찍을 일이 생긴다면, 꼭 음악을 골라야지. 악동뮤지션이나 아이유 틀어달라고 말해야지, 이 생각을 정말 백번은 한듯^^;

끝나고 뭐 먹을까도 생각하고, 그러면서 시간을 보냈다.

움직이면 안 된대서 긴장했는지 끝나고 나서 팔이 너무 저렸는데, (못 참겠으면 누르라고 손에 쥐어준 걸 붙잡고 긴장해 있었나 봄) 내분비과 선생님이 15분이면 끝날 거라고 했던 일이 30분은 한듯.

 


 

다음 진료는 12월 1일.

 

그 사이에(11월 26일) 생리가 시작했고, 난임과 예약을 잡았다가 취소했다.

난임과에 방문을 해야 하지만 오빠도 나도 너무 바빴다.

매일 4시간 자고 일만 하던 기간. 1시간 빼기도 힘들 정도. 오빠도 역대급으로 바빠서 일하다 집에 못 오기도 하고 ㅠㅠ

이 상태로 인공수정 시도하는 게 맞나, 싶더라.

게다가 아직 MRI 결과도 안 나왔으니(괜찮을 것 같다는 확신은 있었지만) 이번 달은 건너뛰는 게 낫겠다 싶어서 난임과에 물어보고 미룸. 

병원 갈 일이 너무 많아서 힘들었는데 하나 줄어서 좀 마음이 편했음;

 


 

12월 1일 화요일.

 

내분비과 결과 들으러 방문.

편한 마음으로 왔지만 내 차례가 되었는데 한참이나 부르지 않아서, 점점 걱정이 되기 시작했다.

너무너무 긴장한 상태로 한참 뒤에 들어가니, 

혹이 있는데, 일반 혹은 아니고(종양은 아니고) 물혹이라고 한다.

종양보다 나은 거란다.

그런데 이게 또 1cm 이상이 되면 수술해야 한다는데, 내가 딱 1.1cm란다. (프로락틴 때부터 계속 이게 뭐...;;)

그래서 이런 경우에는 어떻게 해야 하는지 한참 다른 자료랑 찾아보셨다고 함. 사례가 있는지 어쩐지.

보통 수술(물혹의 물을 빼는 수술이라고 함. 종양보다는 훨씬 나은 수술이라고)을 하는 경우는 훨씬 큰 사람이라고 하고. 1.1cm 이렇게 작을 때 수술한 사례는 못 찾았다고.

그리고 결정적으로 물혹은 내분비과 영역이 아니란다.

 

그래서, 내분비과 선생님이 담당이면 그냥 두고 보자고 할텐데, (프로락틴 수치가 물혹 때문에 올라갔을 수도 있으니)

이건 아무래도 신경외과 가서 얘기를 듣는 게 낫지 않겠냐며. 

아마 괜찮다고 정기적으로 물혹 줄어들었는지 확인하기만 할 거라고 걱정 말라고 안심시켜주시고.

본인이 결정하기에는 영역이 달라서 조심스럽다고. 진료의뢰서랑 MRI 자료, 혈액검사 자료 다 가지고 가서 얘기 듣고 따르라고. 

 

그렇게 진료를 마치고, 다음 예약은 더 이상 잡아주지 않았고, 

협력센터(? 이름 기억 안 남) 담당자 통해서 세브란스 신경외과 예약했다. (동네 백병원 일산병원 명지대병원 이런 곳 갈까 했는데, 거기 갔다가 또 큰 병원 가게 되는 경우도 있다 해서. 큰 병원 여러 개 중에 골랐다. 세브란스가 집에서 가기도 편하고, 익숙하고, 괜찮다고도 하고 해서)

그리고 자료 복사해서 받고(이것도 돈 냄. -_-) 집에 옴.

 

재검에 재검에 재검에 재검.... 이번엔 병원을 옮기다니. 끝이 나질 않네;;

 


12월 7일 월요일.

B형간염 예방접종 2차 맞는 날.

(A형 2차, B형 3차 남았다)

 

신경외과 가는 일이 워낙 커서 깜박 잊고 있었는데, B형 간염은 한 달 후에 2차 맞아야 한다고 예약잡아줬던 게 7일이었음.

차병원에서 카톡 온 덕에 기억하고 갈 수 있었다.

 

예방접종 자체를 난임과에서 하라고 한 거니, 난임과 진료도 받았는데.

선생님이 임신하러 왔다가 이게 무슨 일이냐며 ㅋㅋㅋ

알게 되어서 다행이지만 참 쉽지 않다며(정확한 워딩은 기억 안 남)

신경외과 잘 가 보고 진료 잘 받고 그 후에 괜찮다고 하면(임신 시도해도 된다고 하면) 그때 만나자고.

다음 예방접종 때는 어쨌든 끝나 있지 않겠냐고(신경외과 진료가) 그 전에 만나자고.

하고 인사하고 나와서 주사 맞고 집에 옴.ㅋㅋㅋ

 

으아 알 수 없는 우리네 인생.


12월 10일 목요일. 

세브란스 첫 방문.

사실 오늘 병원 일기를 쓰게 된 결정적인 계기는 세브란스에서의 경험 때문임.

(아직 마감이 안 끝났고, 나는 사실 너무 바쁘고, 지금도 밤 10시지만 계속 일하고 낼 새벽에도 일해야 하는 상황이라.. 일기도 안 쓰고 블로그도 못 한 지 몇 주 됐는데... 아무튼 그 정도로 기록해놔야겠다 싶었다는 거다. -_-)

 

1. 세브란스는 큰 대학병원이라(차병원도 큰 곳이라고 간 건데 ㅋㅋㅋㅋ 비교도 안 되게 큰 곳), 모든 게 두세 배 비쌌음. 진료비도 세 배 정도 나가고, 피검사도 세 배 비싸고, MRI는 두 배 정도?

 

2. 가자마자 차량 등록하고, CD랑 진료의뢰서 제출하고, 신경외과 가서 왔다고 체크하고, 대기하다가 들어갔다.

 

3. 진료시간이 엄청 짧지는 않았고, 5분 정도는 이야기했던 것 같다. 이 부분은 생각보다 좋았음.

 

4. 의사 태도에 1차 당황.

이전 병원에서의 세 차례 피검사 결과가 미심쩍다는 듯이 말하고.

피검사를 하게 된 이유가 불임검사 때문이냐고 말해서 기분 상하고-_- (말하자마자 자기가 아차 싶었는지 난임검사라고 바꾸긴 했는데, 나도 정정해줬고. 좀 그랬다)

기존에 갑상선이나 어디가 안 좋은 데도 없는데, 물혹 때문에 프로락틴이 높을 수가 없다고. 이건 종양일수밖에 없다며.

어디가 의심된다며 MRI사진에서 어딘가를 보여줌. 뇌하수체는 좌우대칭이어야 하는데 한쪽이 조금 더 크다고. 이 부분이 심하게 의심된다고. 

 

호르몬제를 쓰면 5년 10년 써야 할 수도 있어서, 만약 종양이 맞으면 수술을 할지 말지부터 의논하면 된다. 

종양이 있는데 못 보고 물혹 제거 수술을 하면 그래도 프로락틴이 안 떨어져서 황당할 수 있다.

수술할지 호르몬제 쓸지 고민을 해야 하는데, 그전에 종양이 있는지부터 정확히 확인하자. 고 함.

 

5. 그런데 내가 가져온 자료로는 보이지 않는다고 한다. 2차 당황.

MRI를 자기 병원에서 다시 찍었으면 좋겠다고. 자기가 직접 판독하겠다고.

화질이 좋지 않아서 그렇다는데, 그때는 좀 이상하고 말았다. (일산차병원이 가장 좋은 기계를 쓰는데, 화질이 왜 안 좋지? 그럼 여기 기계가 그 기계보다 좋다는 건가? 아니면 다 못 믿겠으니 자기 눈으로 확인해야겠다는 건가? 하면서)

 

그리고 피검사도 다시 하면 좋겠다고 했다. 

한 달 사이에 이렇게 프로락틴 수치가 오르락내리락 할 수가 없다고. 한 곳에서 한 거 아니냐고. 피검사는 하는 곳마다 다르게 나올 수 있으니 여기 병원에서 다시 하자고.

 

환자가 별 수 있나. 하라면 해야지. 

그래서 알았다고 하고, 설명 듣고, 원무과 가서 수납하고, 피 뽑았다. 오늘도 세 통이나.

피는 대체 몇 번째 뽑는 건지, 지난 한 달 반 동안 한 주도 주사를 안 맞고 넘어가는 날이 없네;;;

 

그리고 MRI 예약하는 곳(따로 있음) 가서 예약 잡았는데, 오래 기다릴 수도 있다고 해서 그렇게 알고 갔지만 바로 다음 주 화요일에 자리가 있단다.

그래서 가장 빠른 날로 예약 잡음.

마침 당일에 의사 선생님 진료하는 날이고, 직접 판독하시는 거라 며칠 기다릴 필요 없으니 그날 바로 들으면 된다고 했다.

 

오늘은 뭐라도 결과가 나오겠지 했는데, 결국 오늘도 또 재검만 하고(피), 재검 예약만 잡고(MRI) 끝났네.

오늘 무서울까봐 오빠가 연차까지 내고 같이 가준건데, 결국 다음 주에 혼자 와서 MRI찍고 결과 듣는 게 더 무서울 듯;; 

 

찝찝한 마음으로 집에 돌아왔는데,

뒤늦게 생각해 보니 내가 차병원에서 가져간 MRI 자료가 너무 화질이 구리게 나와서 이상했다.

(차병원에서 볼 때는 안 그랬는데..? 엄청 깨끗하고 엄청 자세하게 나와서 역시 좋구나 했던 기억인데.. 난 세브란스 기계가 오래되어서 제대로 못 읽어내나 했었다)

 

처음엔 차병원에서 외부로 유출되는 거라고 화질을 다운시켜서 줬나 설마-_-? 하고 의심했는데,

돈까지 내고 받아온 건데 아무리 생각해도 이상해서... 인터넷을 좀 찾아보니, 이런 경우가 비일비재한듯.

내가 본 건 2013년 기사, 2016년 글이긴 했는데 대학병원에서 CT랑 MRI를 다시 찍자고 하는 경우가 많아 문제라고.

다른 병원 것은 믿을 수 없다고+대학병원 수입 올리려고 MRI를 다시 찍는 경우가 허다하단다.

그때 가장 많이 하는 거짓말이 "화질이 안 좋아서"라고도 함.

차라리 "내가 보고 싶은 부분은 안 찍었다" 이런 이유면 그러려니 했겠지만...찝찝하고. 

신뢰가 확 떨어져서 다른 병원으로 옮기고 싶었는데, 생각해 보니 오늘 피도 뽑고 왔고. -_-

 

어차피 다시 찍으라고 할거면 왜 자료를 가져오라고 하는가. 그럴 거면 차병원에서 돈 내고 씨디 복사해올 필요가 없었는데-_-

 

분하고 원통하다.

분통터진다.

의사와 병원이 정말 절대권력이라는 게 새삼 확 와 닿고 ㅠㅠ 요즘 <아파도 미안하지 않습니다> 읽고 있어서 더 생각하게 됨. 

정말 질병권이 보장되지 않는 사회다. 뼈저리게 느끼고 있음. 하필 이럴 때 그런 책을 읽고 있어서 더더욱 느끼는 게 많음(물론 일부러 읽기 시작한 거긴 함. 병원을 자주 가니까, 큰병일수도 있겠다 싶어서;;)

 

아무튼 그래서, 

어쨌든,

12월 15일 화요일에 MRI 재검받는다. 

여긴 음악을 고르게 해줄까..? 틀어주기는 할까...? 휴 걱정;

그나마 요즘은 일하느라 너무너무 바빠서 걱정할 틈이 없는 게 다행일 지경이고.

오늘 결과 나오면 어떤 결과든 지금 상황을 부모님께 말씀드려야지 했는데, 또 아무것도 안 나와서 다음 주에 말씀드려야 할 듯하다. (임신도 기다리시고 걱정이 많으시니. 상황이 어떤지 아셔야지 너무 늦게 아시면 서운하실 것 같기도 하고 이래저래..)

 

그나마(두 번째 그나마! 두 번째 찾아낸 장점) 담당 의사가 직접 판독하니 미룰 필요 없이 검사한 당일에 결과를 알 수 있는 것도 다행이다.

그냥 오늘 느낌으로는 수술을 권할 분위기라, 작은 혹인데도 수술하라고 하면 고민해볼 것 같다. 호르몬제가 나아 보이는데...(이것도 책 읽은 영향이 있음ㅋㅋ 게다가 지금 내가 편집하는 책은 또 면역 관련 건강과학도서고)

결정하라고 하면 고민 좀 하겠다고 하고 나올 생각임. 고민해보고 다른 데도 가보거나 하고.

 

 

휴 어렵다 어려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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