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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노트] 아픈 몸을 살다 /

thisisyoung 2021. 5. 30. 22: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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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픈 몸을 살다

『아픈 몸을 살다』 는 《몸의 증언》의 저자 아서 프랭크(Arthur Frank)가 자신의 질병 경험(특히 암)에 대해 쓴 개인적인 에세이다. 사회학 교수로 젊고 건강했던(건강해 보였던) 저자는 39세에 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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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복이 질병의 이상적인 결말이라고 보는 견해에는 문제가 있다. 어떤 이들은 회복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5%

 

질병에 관해 생각해야 하고 이야기해야 하며 어떤 사람들, 곧 나 같은 사람들은 질병을 주제로 써야 한다. 생각하고 말하고 씀으로써 우리는 개인들이자 한 사회로서 질병을 받아들일 수 있다. 또 그때야 질병이 그리 특별한 것이 아님을 배울 수 있다.

5%

 

아프다는 것은 그저 다른 방식의 삶이고, 질병을 전부 살아냈을 즈음에 우리는 다르게 살게 된다.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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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사람들은 당연하다는 듯 계획을 짰지만 내게 미래는 전부 불확실했다. 나는 어딘가에 속해 있다는 느낌을 잃었다.

25%

 

삶은 예측할 수 없다. 무엇이 기대할 수 있는 평범한 일인지, 캐시와 나는 이제 잘 모르겠다.

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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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사람이 다른 사람의 경험을 판단할 수는 없다. 내가 말할 수 있는 것은 오직 사람들은 자기 질병을 각자 아주 다른 방식으로 알게 된다는 것뿐이다.

29%

 

/

 

사회 안에서 살아가며 우리는 매일같이 몸은 통제될 수 있으며 통제되어야 한다는 메시지를 받는다. (중략) 하지만 살다 보면 질병이 찾아오고 몸은 통제에서 벗어나게 되어 있다.

33%

 

문제는 나나 다른 어떤 사람이 통제를 '못했다'는 것이 아니다. 몸을 통제한다는 사회의 이상이 애초에 틀렸다는 것이 문제다.

38%

 

/

 

하지만 나는 질병을 전투를 치르듯 살아내야 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중략) 이 몸은 여전히 나 자신이었고 종양은 바로 이 몸의 일부였다. 내 몸을 전쟁을 벌이고 있는 두 편으로 나눌 수는 없었다. 종양은 나쁜 놈들이고 이에 맞서 건강한 원래의 내가 싸우고 있는 것이 아니었다. 종양까지도 포함하는 오직 하나의 나, 하나의 몸만이 있었다. 내가 여전히 하나의 몸이라는 사실을 받아들이자 마음이 편해졌다.

52%

 

몸이 살기 위해선 종양이 없어져야 하지만 이것은 몸 차원에서 다뤄야 할 문제였다. 내 의식이 종양을 발생시키지 않았듯 의식이 종양을 사라지게 할 수도 없었다.

52%

 

암은 단지 신체 과정의 일부로, 나에게 '그냥 생겼다'.

54%

 

우리는 암이나 종양과 싸울 수 없다. 할 수 있는 일은 몸의 의지를 믿고 의학에서 최대한 많은 도움을 받는 것이 전부다.

55%

 

/

 

나의 고통은 다른 사람의 고통과 비교될 수 없다. 내 고통은 그저 있는 그대로 목격될 수 있을 뿐이다. 내가 다른 암 환자들과 이야기를 나눌 때 우리는 구역질의 빈도, 탈모의 지속 기간, 흉터의 크기를 비교하지 않는다. 암이 있는 사람들은 서로의 경험을 존중한다. 이들은 암에 걸린다는 것이 사소한 일이 아님을 인정한다.

61%

 

더는 치료를 할 수 없는 때라도 여전히 돌볼 수는 있지만, 이 사실을 의사와 간호사들은 자주 잊는다. 고통이 치료될 수 있느냐와는 상관없이 고통을 있는 그대로 인정하는 일, 그것이 바로 돌봄이다.

62%

 

인간의 고통은 고통을 함께 나눌 때 견딜 만해진다. 누군가가 우리의 고통을 인정한다는 사실을 알 때 우리는 고통을 보낼 수 있다. 고통을 알아봐 주면 고통은 줄어든다.

63%

 

/

 

오늘날 건강한 사람은 질환이 '그냥 생기지' 않는다고 믿고 싶어 한다. 자신이 건강을 통제할 수 있으며 자신이 노력해서 건강을 얻었다고 믿고 싶어 한다. (중략) 아픈 사람조차 병이 그냥 생겼다기보다는 자신이 무언가를 잘못해서 생겼다고 믿기도 한다. 불확실성보다는 죄책감이 더 편할 수도 있는 것이다.

67%

 

우리는 모두 죽는다. 그리고 대부분 죽기 전에 길든 짧든 질병을 앓는다.

70%

 

/

 

우리가 삶 자체를 귀중히 여기지 못한다면 아픈 사람들이 건강할 때 하고 있을 일의 관점에서만 그들을 볼 것이며, 아이들이 어른이 됐을 때 하고 있을 일의 관점에서만 그들을 볼 것이다. 그러나 우연 위에 놓인 이 세계에서 삶은 부서지기 쉬운 한 조각의 행운 같은 것이다. 삶은 그 자체로 귀하다.

74%

 

/

 

나는 자기 질병을 잘 표현하는 이들이 회복 가능성도 더 크다고 믿고 싶지만 그럴 수는 없다. 아마도 언젠가 사람들은 정신이 어떻게 몸에 영향을 미치는지 더 깊이 이해하게 될 것이다. 하지만 지금 믿을 수 있는 것은 질병을 잘 표현하는 이들이 질병의 끝에 다다를 때까지 자기 삶을 충만하게 산다는 것뿐이다.

77%

아픈 사람들은 이미 아픔으로써 자신의 책임을 다했다. 문제는 나머지 사람들이 질병이 무엇인지 보고 들을 수 있을 만큼 책임감이 있느냐다.

77%

 

/

 

암은 몸 안에 존재하면서도 수십 년 동안 비활성일 수 있고, 의학은 이런 암의 능력을 이제 막 이해하기 시작했을 뿐이다. (중략) 암이 다시 자라는 중이지만 내가 아직 모를 수도 있고, 앞으로 40년을 더 살다가 다른 원인으로 죽을 수도 있다. 암을 완치할 수는 없다. 병이 가라앉은 상태로 살 수 있을 뿐이다.

78%

그러나 모든 것을 잊으면 배우지도 못한다.

79%

사람들에게 내 존재는 두 가지 의미를 띠게 됐다. 내가 여기에 살아 있다는 사실은 암이 언제나 치명적이지는 않다는 뜻이지만, 누군가에게는 분명 암이 생긴다는 뜻이기도 하다.

80%

이 '앞으로 일어날 수도 있는 일들' 때문에 하루하루가 더욱 소중하다. 내가 사는 모습은 다른 이들과 크게 다르지 않지만 다시 아플지도 모른다고 생각하며 살기에 일상의 소중함을 더 깊게 느낀다. 이 사실에 감사한다.

80%

 

/

 

질병은 대단한 깨달음 같은 것이 아니다. 질병은 움직여가는 몸일 뿐이다. (중략) 내 일부는 여전히 당시 몸이 향하고 있던 곳을 기억한다. 여행의 끝을 피할 수 없다는 사실을 이제 내 몸은 알고 있으며, 나는 그 끝을 기다린다. 되도록 오래 기다리면 좋겠지만 영원히 기다리고 싶지는 않다.

83%

 


<아픈 몸을 살다>는 아프기 훨씬 전부터, 그러니까 구체적인 병명이 생기기 오래전에 관심 있어서 구입했던 책이다. 블로그 소개에도 썼지만, 나는 워낙 자주 앓았기 때문에. 아픈 사람들의 이야기는 늘 관심 대상이었으니까. 그러나 결국 사기만 하고, 이제야 읽었네.

이 책의 저자는 30대에 심장이 멈추는 경험을 한다. 심지어 그 경험이 한 번도 아니다. (내 기억이 맞다면) 여러 번. 그리고 회복되어 다시 일상을 살아가지만, 이번에는 다른 아픔이 찾아온다. 그 아픔의 원인이 무엇인지도 쉽게 찾지 못해서, 참으로 혼란스럽고 두려운 과정을 겪는다. 지난한 과정 끝에 찾아낸 병명은 고환암. 그리고 또 이어지는 지난한 치료 과정이 이 책에 담겨 있다.
그러나 질병을 겪는 사람의 에세이, 치료 수기라기보다는 사회과학책 같다. 아픈 몸을 살아내는 한 사람으로서 자신의 경험을 나누지만, 그 경험을 바탕으로 풀어내는 이야기는 상당히 공적이다. 사회가 질병을 어떻게 인식하고 있는지, 질병의 의미는 무엇인지, 환자와 어떻게 함께할 수 있는지, 돌봄 노동자의 노동이 어떻게 존중될 수 있는지 등.

밑줄 그을 부분이 굉장히 많았는데, 그나마도 이전에 <아파도 미안하지 않습니다>를 읽었어서 책 전체에 밑줄 긋는 일은 피한 듯.^^;; (이 책도 강추합니다) 그 책과 중복되는 주장도 많고, 새로운 관점도 좀 있다. 개인적으로는 환자의 가족- 그러니까 가장 곁에서 돌보는 사람의 이야기(저자의 경우에는 아내가 겪는 일들)가 있어서 좋았다. 미처 생각하지 못한 지점이라 많이 배울 수 있었다.

읽는 내내 저자가 몇 가지를 아주 강조한다고 느꼈는데, 그중 질병은 몸을 잘 통제하지 못해서 생기는 게 아니라는 이야기가 있다. 특히 이 부분은 정말 많이 끄덕이며 읽었다. 내 머리에서 종양을 발견하면서, 그리고 내가 의학 책을 몇 권 편집하게 되면서 더욱 잘 알게 된 사실이기도 하다. 암은 정말로 '그냥' 생긴다. 말하자면 암을 일으키는 유전자는 모두에게 있는데, 암이 일어날지 말지는 복불복이라고 할 수 있다. 그렇다면 우리가 건강하기 위해 하는 행동(식습관 조절, 운동, 마음관리 등)은 의미가 없을까? 물론 그렇지는 않은 것 같다. 내 나름대로 이해하기로는, 건강한 생활 습관은 질병이 찾아온 이후에 빛을 발한다. 그러니까, 내 몸이 얼마나 잘 견딜 수 있는지에 차이가 나는 것 같다. 건강한 생활 습관은 내 몸을 지켜주고 치료해주는 백혈구가 잘 활동할 수 있도록 돕는다(이런 내용은 <면역의 힘> 보면서 많이 배웠다).

이전의 나는 내 몸을 완벽하게 통제할 수 있다는 이상에 사로잡혔던 것은 아닐까. 건강 관리를 위해 노력한 시간들을 후회하지는 않지만, 그때는 전제가 틀렸던 것 같다. 잘못된 전제를 가지고 있으니 다른 이들을 바라볼 때도 내 멋대로 판단했을지도. 물론 지금도 건강 관리를 한다. 좋은 채소를 먹으려 노력하고, 챌린저스를 활용해 운동도 꾸준히 하고. 그렇지만 마음가짐이 달라졌다. 삶은 마음대로 되지 않는다는 사실, 앞으로의 인생을 확신하며 살 수 없다는 사실을 기억하며 산다. 몸도, 마음도, 건강도, 그 밖의 어떤 것들도 내가 어찌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오늘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할 수 있는 만큼 할 뿐.

사실은 생각보다 진도가 늦어져서 아직 다 읽지는 못했다(70% 정도 읽었음). 저자가 나눠주는 암투병의 과정이 꽤나 고통스럽기 때문에 읽을 때면 마음이 좋지 않다. 그래도 읽을 가치가 있으니 끝까지 읽을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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