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록_개인적인/병원 일기

새열낭종 병상 일지 #2. 수술~퇴원 / +입원 준비물

thisisyoung 2021. 12. 7. 1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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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월 1일 D-Day


입원 둘째 날이자 수술 당일.
오전 5시경, 혈압 측정 후 항생제 반응 검사
6시경, 수액 맞기 시작
9시경, 수술실 들어갈 준비(화장실 다녀오고, 안경 속옷 머리핀 다 빼고)
이동 침대 위에 누워서 수술실 앞까지 이동됨. 수술실 앞에서 보호자와 헤어졌다. (보호자는 수술 상황을 메시지로 받게 된다고 했다)
보호자와 헤어진 뒤 바로 수술을 받는 게 아니라, 수술실 입구 안에 여러 개의 수술실과 대기실이 있다. 그중 한 대기실에 들어가서 대기했는데, 이때가 제일 떨렸음.
의사들 입장에서는 큰 수술이 아닐지 몰라도 나에게는 정말 너무 큰일이다. 게다가 처음 겪는 수술이기도 하고.
그런 면에서 감사했던 점이 있다. 수술하기 직전까지 만난 모두 안심하라고 괜찮다고 금방 끝난다고 설명해 주셨다는 거! 수술실 앞까지 옮겨주신 분, 수술실 앞에서 대기실로 옮겨주신 분, 대기실 담당 선생님, 수술실에서 만난 마치 담당 선생님까지. 빨리 잠들면 좋겠다니까 마취제 놓기 전에 설명도 해주신다고. 덕분에 훨씬 나았다. 감사.ㅠㅠ
얼마간 대기하다가 수술실로 들어갔고, 이것저것 끼우고 확인한 다음, "이제 졸릴 거예요~" 소리와 함께 기억이 없다.... 정말 빨리 잠듦....ㅋㅋㅋ

정신 차렸을 때는 회복실이었는데, 회복실에 30분 정도 있었다고 한다.
회복실에서 어디가 어떻게 불편한지 묻고 간단히 설명도 듣고 나서 이동 침대로 옮겨졌다.
내가 어지러움과 메슥거림을 느끼고 있었기 때문에, 신경 써서 조심히 이동해주셨는데 그래도 너무 어지러웠다.

병실에 도착.
간호사 선생님이 와서 수액 교체하고, 몸에 달린 기구와 주의사항 설명했다.
몇 시간 동안 잠들면 안 되니까 잠들 것 같으면 깨우라고 보호자에게 당부.
그리고 보호자에게 이런저런 걸 설명했는데, 나는 몹시 정신이 없었기에 잘 모른다. (아마 약을 투여하는 방법에 대한 설명이었던 것 같다)

 

아무튼 바로 '뮤코미스트'라는 이름의 약을 투여했다. 

호스 같은 걸 입에 물고 호흡하며 투여하는 방식인데, 목은 아프고 약 냄새는 고약하고, 그 와중에 화장실은 가고 싶고, 수술 직후라 힘들고 총체적 난국이었음;;

겨우 약을 다 마신 뒤 쉬는데도 기운은 하나도 없고, 그 와중에 화장실은 또 가고 싶으니 가만히 있었는데, 보호자는 그걸 모르고 계속 흔들어서 곤란했다. 내가 잠들까 봐 너무 걱정이 되었다고 한다. 자는 거 아니었는데, 목소리가 안 나오니 의사 전달이 힘들었음. 고개를 흔들 기운도 없고...

 

오후 4시 50분, 수술실에 들어갔던 레지던트 선생님이 와서 설명해주었다.

고생하셨다고, 수술이 잘 되어서 모두 잘 제거했다고 한다. 

목 안이 아프고 칼칼한 것은 전신마취할 때 호흡을 위해 호스를 껴놔서 그렇다고 했다. 차차 괜찮아질 거라고.

그 외에 목 바깥(수술한 부위)은 괜찮은지 물었는데 괜찮았음. 

예상했던 것처럼 새열기형으로 보인다고 했다. (정확한 조직검사 결과는 일주일 후에 나오겠지만 아마 그럴 거라고.)

낭종 지름이 5cm로 아주 큰 편이었단다. 그래서 퇴원이 좀 더 늦어질 수 있다고.

 

새열 낭종 수술이 끝나면 피 주머니 같은 걸 차고 있는다. 얼굴을 위아래로 고정시키는 압박붕대도 한다.

피부와 혈관(&근육) 사이에 혹이 크게 자리 잡고 있었으니 그 공간을 그냥 두면 다른 게 차서 부어오를 수 있다고 한다.

그래서 지금 봉합해두고 피를 빼면서 벌어지지 않게 머리를 묶어두는 거라고. 

밥 먹을 때 너무 불편하면 잠깐 풀었다가 다시 쓰라고 했음. 고개 들면 안 된다고 신신당부하고.

 

잠시 후, 담당 교수님 오셔서 비슷한 설명 또 해주셨고.ㅋㅋㅋ

얼굴 괜찮은지 입 움직이고 혀 내밀고 이런 거 확인 하시고.ㅎㅎ (레지던트 샘 때도 확인함)

얼굴 붕대는 퇴원 후에도 며칠 더 해야 한다고 한다.

 

아무튼 수술 잘 끝났다!!!​

 

수술 당일 상태를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1. 얼굴을 붕대로 세게 감고 있고, 턱에 연결된 얇은 호스에서는 피가 나온다. 이 배양액을 받는 주머니도 달려 있음.

2. 손등에는 수액 바늘이 꽂혀 있다.

3. 누워서 잘 수가 없다. 앉아서 자야 함. (고개가 들리면 안 되고, 배양액도 잘 빠져나와야 해서)

4. 기운이 없고 심한 목감기 걸린 것처럼 목이 아픔. (수술 자체보다 전신마취의 후유증임.)

 

 

 

10월 2일 수술 다음 날

 

상태가 훨씬 좋아졌다. 

 

1. 네블라이저(호흡기로 약 넣는 호스 같은 기구) 사용에 익숙해졌다. 몇 시간에 한 번씩 쓰다 보니... 여전히 약은 역하지만, 훨씬 나아짐. 그래도 한번 투약할 때 20분 이상 걸린다.

약 덕분인지 목구멍 상태가 훨씬 좋아진 느낌.  말도 할 수 있고. 

 

2. 커피 마셔도 된다고 한다. 

진료 시간에 여쭤보니, 먹고 싶은 것 마음껏 먹고 즐겁게 지내시는 게 치료에 도움이 될 거라고. ㅋㅋㅋ

목이 아프고 얼굴 붕대가 너무 세서 음식을 마음껏 씹지는 못하지만... 그래도 커피를 먹을 수 있다니 아주 기뻤음.

 

3. 앉아서 자기 힘들어서 잠을 잘 못자는데, 그렇다고 피곤하지는 않다.

종일 앉아 있고 화장실 갈 때만 움직이고 나머지는 전부 반려인이 수발들어 주어서 그런 듯.

오히려 보호자로 와 있는 반려인이 더 피곤하고 힘들어 보였음. 수술하고 입원한 동안 감사함을 많이 느꼈다.

 

4. 병원밥은 생각보다 괜찮아서 잘 먹고 있다.

토요일이라 특식을 고를 수도 있었다.

한 사람은 일반식, 한 사람은 특식을 골라서 나눠 먹었는데 맛있었다. 

 

5. 코로나 때문에 병실 안에서도 커튼을 닫고 있어야 한다. 커튼 밖으로 나갈 때는 당연히 마스크 필수고.

나는 5인실이었고, 커튼을 치면 개인 공간이라서 편하기도 하지만, 너무 더웠다.

추울까 봐 담요도 여러 장 챙겨갔는데 크게 소용은 없었다. 하지만 보호자 베개로 사용했음.

아무튼 공기가 통하지 않아서 훨씬 더운 듯하다.

코시국에 입원할 때는 미니 선풍기 챙기는 것을 추천!!

 

 

 

 

10월 3일 수술 다다음 날

 

아침 식사 신청 안 했더니 푹 잘 수 있었던 날.ㅋㅋㅋ

어차피 새벽에도 수액 때문에 간호사 선생님이 왔다 가는데, 그때만 잠깐 깨고 푹 자고 일어나서 편의점 음식으로 아침 먹었다.

병원 안에 식당도 있는데, 주말이라 안 여는 듯. 입원 내내 편의점을 매일 간 듯하다. ㅋㅋㅋ

유일하게 외출이 허락된 장소랄까... 바람이라도 쐬고 싶으면 편의점에 갔다 왔다.

 

진료 때 수술 부위에 박혀 있던 배액관을 뽑았다. 

호흡해서 투약하는 약은 더 이상 안 마셔도 된다고 한다. 대신 그냥 먹는 가래약을 받았다.

목구멍이 붓고 막힌 기분이 들어서 코 내시경으로 확인해봤는데, 아니었다. 압박붕대가 너무 세서 그런 듯.

다행히 수술부위는 잘 아물고 있다고 했다.

 

아직 씻지는 못한다. 집에서 챙겨 온 데오 티슈와 물티슈로 연명 중.

데오티슈 은근히 유용합니다. 추천.

 

진료받는 것 외에 먹고 앉아만 있는 생활이지만, 피곤하기는 한가 보다. 

혓바늘이 돋았다. ;;

비타민 먹어도 된다 해서 비타민 영양제를 먹기 시작했다. 

 

 

 

 

 

10월 4일 퇴원

 

입원할 때 제출했던 개인 약(뇌하수체 선종 치료를 위해 먹는 약도 제출해야 한다, 가져간 뒤 병원에서 시간 맞춰 챙겨줌;;)이 있는데, 아침에 돌려받았다. 아직 퇴원 허락(?)은 나지 않았지만, 곧 퇴원할 것 같다는 마음이 들어 짐 정리를 시작했다.

 

어쩌다 보니 입원한 기간이 전부 주말과 공휴일이라, 교수님 회진은 한 번밖에 없었고 나머지는 매일 직접 찾아가서 진료받았다. 

불편하다면 불편할 수 있는데, 나는 재미있었다. 그때 아니면 병실 밖을 나갈 일이 별로 없어서...

무엇보다 담당 선생님들이 친절하고 자세히 설명해주고 봐줘서 괜찮았던 듯. 

 

아무튼 8시 반.

진료받았고, 퇴원해도 된다고 했다.

붕대 때문에 얼굴과 목이 아프더라도, 며칠 더 해야 한다고. 

그래도 씻어도 좋다고 한다. 대신 수술 부위를 방수밴드로 붙이고 해야 한단다. 감염 부작용이 만만치 않기 때문에.. 조심하는 게 좋으니까!

통목욕은 안 되지만 샤워 정도는 해도 된다고!

 

드디어 손에서 수액 바늘을 뺐고, (입원 내내 달고 다니느라 은근히 힘들었다)

고개 빼고는 자유로워진 몸으로 옷을 갈아입고 퇴원!!!!

 

목소리는 아직 잘 안 나오지만, 의사소통하는 데는 무리가 없다.

(수술 자체보다 전신마취 후유증이 직접적으로 와닿는다.;; 전신마취 수술은 전신마취 때문에 큰일이구나, 싶네)

 

+ 입원 전에 집안일을 전부 하고 갔는데, 신의 한 수였다.

환자인 나는 당연하고, 보호자인 반려인도 이미 너무 지쳐 있는 상태여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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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열낭종 수술로 입원하게 된다면, 다음 몇 가지를 추천합니다.

 

(1) 데오 티슈 : 못 씻는 대신 이거라도 있으면 훨씬 낫다. 화장지와 물티슈도 필수.

 

(2) 선풍기 : 코시국이라 커튼을 닫고 안에만 있을 확률이 높다. 그래서 가을까지는 더웠음. 

 

(3) 마스크 : 병실에서도 마스크는 필요하니까. 

 

(4) 개인 컵이나 텀블러 : 물 마실 때, 커피나 차 타 마실 때 필요

 

(5) 빨대 : 고개를 들지 못하기 때문에 무언가를 마시려면 필수. 생각보다 여러 개 필요하다. 6개 정도 가져갔는데 약간 부족했음. 기왕이면 구부러지는 빨대가 좋음.

 

(6) 놀 거리 : 수술 당일까지는 정신도 없고 바쁘지만 다음 날부터는 좀 심심하다. 나는 태블릿이랑 이어폰, 전자책 단말기, 블루투스 키보드, 일기장을 챙겨 가서 모두 잘 썼다. 

 

(7) 기타 : 편한 슬리퍼, 세면도구, 수건, 속옷, 옷걸이 등. 안대와 귀마개도 챙겼지만 거의 안 썼고, 물은 병원 편의점에서 구입했다. 보호자가 쓸 베개랑 담요는 따로 챙겨야 함.

 

*참고로 나는 2박 3일 또는 3박 4일이라 듣고 준비했는데, 결국 4박 5일이 되었다.

가능하다면 4박 5일 짐을 준비하는 것도 나쁘지 않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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