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록_개인적인/병원 일기

병원 일기 6

thisisyoung 2021. 6. 20. 2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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뇌하수체 선종 진단받은 지 6개월이 지났고 어느새 7개월 차를 맞이했다.

특별한 변화는 없지만 우울하지 않게, 비슷한 생활을 보내고 있다. 약도 꾸준히 먹고 있고.

 

간단히 남기는 2021년 2분기 뇌하수체 선종 치료 기록. (+그 외 병원 방문기, 특히 의미 있던 건 피부과 치료) 


4월 7일 수요일.

병원 일기 5에 적었듯 일주일 전에 피검사와 MRI 검사를 했고 결과 나오는 날이었다. 

일부러 일찍 가서, 진료 시간 전에 내가 좋아하는 세브란스 커피빈에서 일기를 썼다.

"떨리기도 하고 아니기도 하다. 전혀 실감이 안 나기도 하고, 생각하면 '괜찮겠지...'싶고, '설마 아니겠지...' 싶기도 하고. 아무 느낌도 없다가 문득 긴장되고 그렇다. 무엇도 내 마음대로 다룰 수 있는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기억한다. 주신 삶, 잠시 누리는 이 땅에서의 시간, 소중히 여겨야지."

 

그리고 결과가 나왔다.

프로락틴 수치 6.5(처음에는 60~105 사이를 왔다갔다 했다. 약 먹고 한 달 뒤 검사에서는 11이었고, 이때도 정상으로 돌아왔다고 하셨다. 25 이하면 낮아도 다 괜찮은 건가..? 글 쓰면서 생각해보니 모르겠네;;;)

선종 크기 6mm → 4mm (처음에는 5mm 정도라고 하셨는데 안심시키려고 했던 것인지 ㅋㅋ 이번에는 6mm에서 4mm로 줄었다고 축하해주셨다)

 

아무튼 의사 선생님 말로는 경과가 좋다고 했다. 감사하게도. 프로락틴 포함 다른 호르몬 수치도 모두 정상 범위에 들어왔고, 선종 크기도 줄어들었다고 한다. 약 먹는다고 한번에 사라지고 없어지는 건 아니라고, 하지만 이렇게 줄어든 건 경과가 좋은 거라고 밝게 말씀하셨다. 약효가 잘 드는 것 같다고. 지금까지처럼 하루 2번 꾸준히 먹고 4개월 후에 다시 검사하기로 했다. 그리고 이제 임신해도 괜찮다면서, 혹시 임신하면 바로 오라고. 다행이다. :) 하지만 난임 시술받아야 하는데, 이것도 참 막막.. 한 달 뒤 이사가 예정되어 있고, 이사하면 또 병원을 옮겨야 해서 일단 나중에 생각하기로 했다. 

 


5월 22일 토요일, 5월 28일 금요일.

오빠 차병원에서 피검사 및 진료(내분비내과). 

3개월이 지나 재검사받았고, 결과는 비슷했다. 

평균치보다 높지만, 애매하게 약간 높아서 다른 검사를 하기도 애매하다고. 

또 3개월 후에 다시 검사하기로 했다. 그냥 지켜보는 중인데, 병원을 옮겨야 하는지 잘 따라야 하는지 정말 애매하다. (한 문단 안에 애매하다는 말이 몇 번 들어가는 건지;;) 아무튼 일단은 3개월 후에 다시 가기로 했다.

 


6월 7일 월요일.

피부과 진료받다.

새로 이사온 동네 근처에서는 미용 말고 치료에 집중하는 피부과를 찾기 힘들어서, 결국 큰 병원에 예약하고 다녀옴.

그런데 큰 병원 가기를 너무 잘했다. 셀프 칭찬 엄청 했음.

2년이나 되었던 입술 주위 염증에 대해 명쾌한 설명을 들었고, 드디어 완치될 수 있을 거란 희망이 보인다. 

 

구각염으로 시작했다가 입술 주변 염증으로 번진.. 피부염으로 고생한 지 어언 2년. 그간의 기록을 간단히 남기면 이렇다.

처음에는 입술 양끝이 갈라져 너무 따갑고 힘드니 약국에서 약을 받아 썼다.

그런데 그게 피부에 맞지 않았던 건지 양끝이 갈라진 건 나았지만 그 옆으로 더 심한 염증이 생겼다. 어떤 식이냐면 빨갛게 부어오르고 따갑고 심하게 건조해서 사막같이 되고. 보습을 엄청 해주면 가라앉지만 곧 가렵고. 약간만 매콤한 음식을 먹어도 난리가 나고.

그렇게 세 달을 고생하다가 동네에서 유명한 피부과에 감. 보습을 수시로 해주고, 아침저녁으로 일주일 정도 바르는 연고(스테로이드)를 다시 처방받았고, 싹 나았다.

그런데 한 달 만에 재발했고, 만성이 되었는지 컨디션에 따라 왔다갔다 했다. 그러다 너무 심해져 몇 달 후에 다시 병원에 가니 크게 걱정 말라고. 이전과 같은 처방을 해줬고, 그냥 그렇게. 나아졌다 좋아졌다를 반복하며.. 2년을 보냈다. 그 사이에 병원을 한 번 더 갔고 그 뒤로는 가지 않았다.

 

최근에 다시 많이 안 좋아져서 피부과를 찾다 찾다가 결국 종합병원을 갔다. (을지병원 피부과 이현경 선생님.)

1차로 레지던트(아마도)에게 병원에 오게 된 이유와 그간의 히스토리, 상태를 설명했다.

그리고 2차로 담당의를 만남. 처음으로 속시원한 설명을 들었다.ㅠㅠㅠㅠ

 

내 증상은 입술 주위 피부염 때문이라고 한다.

어릴 때 아토피나 새집증후군 같은 걸 앓았던 사람이 어른이 되면 다른 부위로 염증이 옮겨가서 재발함. 손가락 습진이 엄청 심해지거나 입술 주변 피부에 습진이 생기거나 이런 식인데, 내 피부염도 비슷한 상황으로 볼 수 있다고. 

바세린바셀린 바르는 건 아주 잘하고 있다고. 입술과 입술 주변에 다른 거 바르지 말고 바세린으로만 보습하라고 했다. (화장하면 아파서 안 한 지 오래되었다; 게다가 마스크가 일상화되면서 더더욱 화장할 일이 없었네 다행히.)

 

지금 당장은 심한 상태라서 우선 이걸 잠재우고, 약을 바꾸기로 했다.(사실 병원에 간 날은 평소보다 괜찮아진 편이었는데ㅋㅋㅋ 얼마나 심했던 거냐ㅠㅋㅋㅋ) 아무튼 잠재우고 약을 바꿔서 아예 가라앉게 만들면 된다고 함.

그동안의 피부 상태가 납득되는 설명이었다. 의사 선생님이 확신있게 차근차근 설명해주는데, 너무너무너무 명쾌해서 머리가 맑아지고 속이 시원해짐.ㅋㅋ 

 

이전에 다니던 피부과에서는 1차로 잠재우는 것까지는 했는데, 아마 그다음 처방까지 안 가서 계속 재발했나 싶다. 다시 심해져서 가면 "왜 그러지..? 좀만 센 약으로 드려볼게요." 이러고. ㅠ

 

아무튼 진료 후에 아침저녁 바르는 약(스테로이드에 바세린 섞은 약. 더마톱연고0.25%) 처방받았고, 먹는 알레르기약(씨잘 정 5mg)도 처방받았다. 피부과 치료받아도 된다고는 들었고 바르는 약도 괜찮다고 하셨지만, 먹는 약은 어떤지 몰라서 세브란스 내분비내과에 전화해서 확인받았다. 씨잘정5mg 먹어도 된다고 했음.

일주일간 바르고 먹은 후에 상태를 보고 약을 바꾸기로 함.

 

 


6월 14일 월요일.

일주일이 지나서 피부과 재방문.

입술 주위 염증은 싹 나았고, 따갑지도 가렵지도 아프지도 않고 빨간 부분도 거의 없어졌다.

저번에 주셨던 약은 스테로이드고, 이제 장기적으로 바를 약을 주시겠다고. 장기적으로 발라야 하니 스테로이드 성분 없는 거라고 했음(엘리델크림 1%). 하루 두 번 얇게 펴 바르고, 약을 다 쓰면 병원에 진료받으러 오라고.

그리고 알러지약도 추가 처방해줬는데, 컨디션이 안 좋아서 갑자기 심해지면 지난번 받은 약(더마톱연고에 바셀린 섞은 그것)을 바르고 알레르기약을 먹으라고 함. 틈틈이 바세린 바르면서 보습해주고(혹시나 싶어서 평소에 바르는 바세린 립테라피 들고 갔는데, 이거 바르면 된다고. 계속 잘 바르라고 했음), 물도 많이 먹으라고 했다. 물을 정말 안 먹는 편인데, 이날 이후로 신경 써서 먹고 있다. 물을 많이 먹어서 수분을 보충하면 입술 주변 피부에 즉각적으로 영향을 준다니;; 열심히 먹어야지. 


 

 

4월 이후로 뇌하수체 선종 치료는 달라진 점이 없다.

하루 두 번 팔로델 정을 먹고 있고, 그냥 일상을 지낸다. 다음 달까지는 쭉 이렇게 지내고 7월 말에 검사가 잡혀 있다.

 

난임병원은 아직 가지도, 옮기지도 않았다. 뇌하수체선종 진료 후에 가려고 한다.

어차피 간염 예방접종을 맞던 중이라 여름 중에 이전에 다니던 병원에 가야 한다. 그때 의사쌤과 얘기하고 병원을 옮겨야지. 

 

여러모로 병원을 자주 찾게 되는 요즘이다. 부모님들도 조금씩 아프셔서 검사도 하시고 치료도 하신다. 내가 나이를 먹는 만큼 부모님의 시간도 흐른다는 사실을 온전히 받아들이기는 쉽지 않다. 그래도 아픈 뒤로는 질병과 죽음에 대해 종종 생각하는 사람이 되었다. 덕분에 주변 사람들을 더 소중히 대하려고 노력한다. 하루하루가 귀하다. 감사하다. 다음 기록은 8월이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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