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록_개인적인/병원 일기

병원 일기 7(2021년 7월 / 뇌하수체 선종 + 이비인후과, 치과)

thisisyoung 2021. 7. 30. 12:08
728x90

 


7월에는 새로운 병이 생겼다. (...)

이걸 생겼다고 봐야 할지, 원래 있었는데 이제 발견했다고 봐야 할지는 모르겠지만...

아무래도 뇌하수체 선종 치료 일기랑, 일반 병원 일기랑 분류해야 하나 싶기도 하다.

 

여기저기 아플 때마다, 선천적으로 몸이 약한 게 아닐까 생각했는데... 사실로 밝혀졌습니다. 

 


7.19.월.
뜻하지 않게 3개 병원을 투어했던 날.
동네 이비인후과 → 동네 방사선과 → 동네 이비인후과 → 을지병원 이비인후과 까지.

#1.

주말에 갑자기 목이 부어 올랐다. 오른쪽 턱 아래, 목과 턱이 연결되는 부분.
이 부분은 그전에도 컨디션이 안 좋을 때 살짝 부어오르곤 했는데, 나만 느끼는 정도라서 반려인에게 "나 여기가 부은 것 같아" 해도 눈치를 못 챌 때가 많았다. 며칠 지나면 괜찮아지고.
그런데 이번에는 너무 심하게, 누가 봐도 눈에 보일 정도로 튀어나옴. 
며칠 피로가 누적된 상태라 잘 자면 괜찮겠지 싶어서 영양제 먹고 일찍 잤으나, 월요일 아침엔 그대로였다.

#2.

결국 동네 이비인후과(지역카페에서 추천받음) 감.
편도선이나 임파선 염증이겠거니, 항생제 처방받고 끝나겠거니, 했는데..... 일이 커졌다.

의사 선생님이 심각하게 보더니 단순 임파선은 나닌 것 같다고 초음파를 찍자고 하심. 옆 건물에 방사선과 병원이 있으니 이걸 가지고 가서(진단서 같은 종이) 찍어 오라고 함. 가 보니 방사선과는 동네 병원들이랑 협력하는 관계 같았다. 아무튼 그렇게 가서 엑스레이랑 초음파를 찍었고. 초음파를 찍으면서도 '난 갑상선 호르몬도 정상인데 굳이 검사해야 할까?' 하는 마음이 조금 있었음.

그런데. (두둥)
방사선과 의사샘이 진지한 얼굴로 "큰 병원에 가 보는 게 좋겠다"라고 했다. 😰 안 찍었으면 어쩔 뻔 ㅠ
침샘(이하선) 비대증이나 염증은 아니고, 임파선이나 갑상선 부위도 아니고. 침샘 옆에 작은 물주머니 같은 게 있단다. 보통은 아기가 자라면서 사라지는(닫히는) 기관인데, 그게 남아 있어서 그곳에 염증이 생겼다고. 일단 초음파 의뢰한 병원에 가서 항생제 치료는 받아야겠지만, 이 부위는 큰 병원에 가서 보는 게 좋겠다고.
가벼운 마음으로 병원에 온 건데 큰일이 되었다.

동네 이비인후과로 돌아가서 결과지를 제출하니 의사 선생님 말씀. 귀가 만들어지면서 사라지는 기관인데 남아 있어서 그렇단다. (한마디로 아가미 같은 부위라고? 응? 세상에. 아가미라니.;;;;ㅋㅋㅋ)
바로 큰 병원으로 연결해주겠다고, A랑 B 중에 어디가 좋냐고. 선호하는 곳은 없지만 환자 등록되어 있는 곳이 편할 것 같아서 을지병원 선택.
여기서 같은 문제로 을지병원에 보낸 환자 많다고. 괜찮을 거라고. 큰일 아니고, 간단한 거니 안심하란다. 여기까지 괜찮았는데, 의사샘의 마지막 멘트. "수술은 해야 할 거예요." 네??????
그렇습니다. 간단한 치료라고 해도 수술은 해야 하는 것입니다. 여기서 순간 멘붕이 옴.
선생님 붙잡고 더 여쭤보니(다음 환자가 없었습니다), 대부분 이 부위로 문제가 생기면 수술치료를 한다고 한다. 그치만 뭐라 이야기해줄 수 없으니 자세한 건 가서 상의하라고 했음. 을지병원 정아라 선생님이 꼼꼼하게 잘 봐주시니 안심하고 가라고. 당일 예약까지 잡아주심.

#3.

이번에는 을지병원 이비인후과에 왔다.
아무리 작은 치료라고 해도 큰병원에 온다는 것 자체가 일이 커진 거라 마음이 싱숭생숭.

게다가 수술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있어서 괜히 심란해지려 했다. 

하지만 정말 다행이고 감사한 점은, 처음이 아니라는 것.

경험상 이리저리 염려해봤자 바뀌지 않는다는 걸 안다. 대신 '건강'을 재정의하고, 병과 함께 사는 연습을 한다.

그 덕분에 마음을 금방 추스르고 평정을 찾을 수 있었다. 

 

사전 문진 후에 담당 선생님을 만나서 이야기를 들었다.

이런 경우는 결국 수술할 수밖에 없다고 했다. 제거하지 않는 한 이렇게 종종 부어오를 거라고. 그렇지만 이미 다른 병으로 치료받고 있고, 당장 급한 것은 아니니 꼭 안 해도 큰 문제는 없다고 함. 하지만 만약 악성이라면 물을 뺀다고 되는 문제가 아니고 위험해지는 거라, 혹시 모를 상황을 대비해 검사부터 하고 논의하자고.

그래서 초음파와 조직검사를 예약하고 돌아왔다. 일단 혹부리 영감처럼 튀어나온 멍울을 줄여야 하니, 일주일치 항생제를 처방받았고.  (결국은 컨디션이 안 좋아서, 면역력이 떨어져서 세균에 감염된 거다)

 

그나저나 의사 선생님이 이런 경우를 "무슨무슨 병"이라고 한다고 지나가듯 말했는데, 아뿔싸, 못 들었다.....!

나는 또 되물을 생각도 못하고, 집에 와서 후회했네. 들어도 잘 모른다고 해도, 그래도 내 몸에 있는 병인데. 정확한 이름부터 알고 고민하고 싶었는데. 환자의 권리에 대해 숙고했다고 여겼지만, 여전히 의사 앞에서 쪼그라드는 내 마음이라니 흑흑. 다음에는 꼭 제대로 물어보자. 

(집에 와서 찾아보니 '아가미틈새낭종'이 설명해주신 내용이랑 비슷하다. 보통 아기 때 발견된다는데 나는 왜 지금..? 이게 아닌가..? 싶기도 하고)

 




7.20.화.
미루고 미루고 미루던 치과에 왔다.
이가 시린 지 2주는 됐는데, 계속 미루다가...
사실 이번 작은 마감 끝내고 오려 했지만, 전날의 기세를 몰아 병원 볼일(?)을 끝내기로 마음먹음.
치과도 지역 카페에서 찾았다. 과잉 진료 안 하고, 친절하다는(내 기준 친절=설명을 자세히 해준다) 곳으로.

이제 어느 병원에 가든 초진 접수할 때 체크해야 할 게 많다. 뇌하수체 선종을 앓고 있으며, 약을 복용 중이라는 것. 꼭 짚고 넘어가야 함. 흔한 병은 아닌 것인지 체크하는 란에는 없고 지금까지는 늘 '기타' 란에 적었다.
오늘은 여기에 하나가 더 추가됨. 침샘 옆 물주머니 염증으로 항생제 복용 중이라고.
사실 이런 것들이 무슨 관계가 있을까 싶지만, 또 모르는 거다. 사람 몸은 유기체라 다 연결되어 있으니까. 미리 말하는 게 좋지.

아무튼, 걱정했던 충치는 없었다.

사진을 찍었지만 보이는 것도 없었고.

아주 오래전 꽤 넓은 범위의 신경치료 후 보철을 씌운 곳이 있는데, 그 속에서 염증이 난 게 아닐까 의심된다고.

다시 하려면 보철을 벗겨 내고 또 신경 치료를 하고 새 보철을 씌우는 과정을 거쳐야 한다고 한다.

쉽게 권할 수 있는 게 아니니, 좀 더 지켜보는 게 좋겠다고 하셔서 1~2주 후에 결정하기로 함.

 

다음 예약을 잡고 집에 왔다.

치과는 생각보다 간단히 끝나서 다행이다.;;;


 

7.29.목.

세브란스 병원 가서 피검사했다.

뇌하수체 선종 치료 1+2+4개월이다.

이번에 MRI는 안 찍었고, 다음 주 진료인데 뭐라고 하실지 궁금하다.

 


오래전 피부병에 걸려 원인도 못 찾고 괴로웠을 때는, 성경에 나오던 욥을 떠올렸다. 잿더미 위에 앉아 피부를 벅벅 긁었다는... 그도 이런 괴로움을 겪었겠구나 하고. 

이번에는 혹부리 영감을 떠올렸다. 혹부리 영감의 혹이 이거랑 비슷한 종류였으려나 하고.;;;

 

 

오늘도 아침에 눈 뜨자마자 목 부분 혹에서 느껴지는 뻐근함에 괴롭고...

8월 첫 주에 조직 검사와 CT 촬영이 예정되어 있고 진료는 8월 둘째 주. 아직 기다려야 한다.

지금 나는 전체적으로 어떤 상태인 걸까. 내 몸이지만 알 수 없다는 게 가장 답답하다.

 

아가미 틈새 낭종은 선천성 기형이라고 하던데, 만약 이 병명이 맞다면, 왜 잘 있다가 이제야 발현한 걸까 싶다.

하지만 그것보다도 지금까지 잘 자라온 내가 기특하다는 마음이 더 크다.

조금 불편할 뿐이지 다 할 수 있구나, 하는 마음이 들었다고 해야 하나.

몸 여기저기에 이상이 있어도 평범하게 살아올 수 있었던 건 진짜 감사하고 대단한 일이라는 마음. 모든 몸이 다 같을 수 없고, 건강의 정의가 하나일 수 없으니까. 

 

그렇지만 당장의 불편감은 참 불편하다. 흑흑.

다음 달에는 어떤 내용을 기록하게 될지. 

당장 다음 주에만 병원 갈 일이 세 번이나 있네..^^ 회사 안 다녀서 다행인 요즘이다. 허허허.

 

 

 

 


 

반응형